그녀는 남편과 맥주를 마시며 결혼생활을 끝냈다. 그들이 한동안 피해 왔던 결정이었고, 결론을 내리고 나니 둘 다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슬프고 두렵기도 했다. 그녀는 37살이었고 네덜란드 하를렘에 살고 있었다. 아이는 없었다. 그녀는 아이를 원한다는 확신이 든 적이 결코 없었다. 37살에 이혼을 하면, 가족이 생길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줄리아 로버츠가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은 이런 말을 듣는다. "예전에는 전남편과 비슷해 보이더니, 이제는 새 남자친구와 비슷해 보이네요." 그녀는 자신다움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음에 충격을 받는다. 우리는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면 이와 비슷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 내가 원하던 관계가 아니었어', '그래, 그 사람에게 너무 휘둘려서 나다움을 잃고 있었어'. 하지만 우리가 겪는 상처와 실연에 대한 치유가 '진정한 나는 따로 있었는데 그걸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깨달음으로 가능할까? 그리하여 과거의 나를 미숙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과연 다음 사랑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될까? 그리고 누군가를 닮아가는 게 나를 잃어버리는 거라면, 그럼 '진정한 나'는 원래 어떤 모습일까?